top of page

우리말 우리글

우리말 우리글/특별기고

이규항.jpg

同形異意語동형이의어 小考소고

-세계의 언어 중 母音가 가장 풍부한 한국어-

이규항(전 KBS)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KBS 아나운서 실장

KBS 한국어연구회장

한국어문회 한자1급 취득

음성언어교육 강사

국어심의위원회 심의위원

국어의 대표적인 특징은 모음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영어 5개, 일본어 5개, 독일어 8개에 비해 21개이므로 자연스럽게 同形異意語/ 長短音/쌍둥이말/字高低(아나운서 세계에서 쓰는 말)의 어휘가 발달하게 되었다. 장단음의 기능은 ㄱ) 의미의 변별력 ㄴ) 品位性 ㄷ) 音樂性 ㄹ) 발음의 편리성이라 할 수 있다. ㄹ)의 기능으로 아나운서는 빠른 속도의 스트레이트 뉴스와 中繼放送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어의 母音은 국어 발음의 어머니다. 한글날은 글의 날일뿐 말의 날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어 교육은 말(발음)은 가르치지 않고 글만 가르치는 나라이다.

언어의 美學은 모름지기 말소리에 있다. 독일어는 莊重하고 남성적이다. 스페인어는 정직하고 情感이 있어 현 프란체스코 교황의 講論은 吸引力이 있다. 프랑스어는 氣稟기품이 있고 優雅우아하며 일본어는 상냥하고 친절하다. 한국어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훈민정음 제정 당시 중국어의 四聲 가운데 三聲을 도입 二聲으로 축소된 것이 오늘날의 長短音이다. 장단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국어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어가 서울말이 된 것은 首都라는 조건이 아닌 品位性과 音聲性이란 사실을 외국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古都인 ‘뚜루’, 독일은 ‘하노바’, 이탈리아는 문예부흥의 發祥地 ‘피렌체’, 미국은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 新敎徒계층의 말이다. 500년 王都인 서울말은 서울에 사는 사람이 쓰는 말이 아니라 格調격조있는 특유한 音相의 언어이다. 표준어가 都會的인 洗練味세련미가 있다면 方言은 鄕土的인 人間味가 있다.

 

한글맞춤법 제1항에 따르면 소리 나는 대로 적은 表音主義의 경우인 ‘하늘, 바다, 땅’은 적힌 대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꽃나무(꼰나무), 꽃밭(꼳빧)’처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뜻을 알 수 없어 소리대로 적지 않은 形態主義의 경우는 표기와 발음이 약 30∼40% 일치하지 않는다.

 

古典文學과 古典音樂이란 그 작품이 예전에 만들어졌으나 그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함을 뜻한다. 韓國放送史에도 古典放送 시대가 있었다. KBS아나운서실은 우리나라 音聲言語의 産室이다. 해방이후 KBS아나운서 선배들이 국어 사랑의 自覺期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자신들의 漢文素養에서 韻이란 字高低를 방송언어에 接木시키면서 徒弟敎育도제교육을 시켰다. 필자는 이를 編年上 방송언어의 繼承期라고 하였다. 그리고 1983년 4월 KBS아나운서실 機構 안에 현직 아나운서의 현장언어와 象牙塔상아탑 學者들의 국어 학문이 産學協同의 정신으로 역사적인 한국어연구회가 발족되었다. 방송언어 發展期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한국방송의 古典放送의 시대는 1950년 말에서 1980년 초중반으로 보고 있다.

 

아나운서들은 라디오의 발명자인 마르코니를 崇拜하면서 造物主가 인간에게 선물한 최고의 樂器인 聲帶성대로 국어의 演奏(recital)를 이상으로 삼았다. 한국어의 美學은 정확한 母音의 音價의 發聲에 있다. 이 시기에 아나운서로서 음성과 다양한 母音의 발음에서 天賦的천부적인 소질은 타고난 張基範(공개방송 스무고개 최초의 아나운서) 課長은 model person으로서 방송 언어교육의 校長格이었다. 李季振 아나운서(전직 재선 국회의원)가 제정한 仁泉 張基範賞은 매년 12월말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1960년대 초부터 東亞, 文化, 서울放送이 생기면서 崔季煥, 全英雨, 李季振 아나운서가 민방에서 그 맥을 이어 나갔던 것이다. 나의 저서 가운데 『아나운서로 가는 길』이 있다. 副題로 言語運士는 언어의 테크니시언이며 言語運士로서 국민의 국어교사임을 밝히고 싶었다. 長短音의 비중이 한국어 표준발음법 7장 가운데 6장의 合算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방송 현장에서 切感할 때가 많다. KBS 아나운서 野遊會場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의 文句에서 보여준 글귀는 示唆하는 바가 많다. “長短音 技能 保有者 飮酒大會”

 

원로 국어학자이셨던 李基文 恩師께서 25년 전 쓰셨던 탄식의 글이다. “요즘 나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혹시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그렇게 되면 큰일인데 하고 걱정했던 일들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오늘날의 국어 현실에 침묵하고 있는 국어학계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어 발음의 無敎育이 무관심으로 이어진 나머지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국어의 황폐화의 原因 가운데 近因은 한글 萬能 優越主義에 따른 발음 교육 부재라 할 수 있다. 遠因은 방송에 있으며 1980년초 전두환 정권 시절 愚民政策우민정책에 따른 방송언어에 無知한 외부 출연자의 등장이다. 그리고 이명박 시절 언론에 아부하는 종편방송의 출현 후 시청률 경쟁의 부작용으로 인한 방송언어/ 생활언어의 파괴를 들 수 있다. 사람이 말을 만들고 말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으니 방송언어가 한국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註) 한국어는 다양한 母音으로 풍부한 어휘가 발달된 반면, 발음이 어려운 발음장애성 낱말이 많다. 同形異義語는 長短音의 對立 관계이며 성씨의 예로 鄭:/丁, 柳:/劉 兪, 卞:/邊, 趙:/曺 등이 있다. 同形異義語는 短音의 쌍둥이 말로 新沙驛(서초구)/新寺驛(은평구), 車/茶, 形(style)/型(type), 배(船)/배(과일), 鮮度/先導, 엄마(젖)/새우(젓) 등 제한적임을 밝힌다.

*어문생활 제276호 게재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