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리말 우리글

우리말 다듬기(19)

noname01.bmp

김상준(전 KBS)

 

언론학박사

(전)동아방송예술대 교수

(전)KBS아나운서실장

(전)KBS한국어연구회장

방송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비언어적 표현
(non-verbal communication)

-뉴스는 리사이틀, 연주하듯 뉴스를 하면 운율이 살아난다-

방송은 언어적인 메시지는 물론 비언어적 메시지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문제가 많다. 비언어적 메시지에 문제가 많은 막가파식 방송을 예로 들어본다. 양복저고리를 벗은 채, 셔츠 윗 단추는 풀어 젖히고, 시청자에게 싸움을 거는 것처럼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넥타이를 느슨하게 내린 뒤, 도전적인 자세로 카메라를 향해 삐딱하게 앉아, 반말투 내지는 하대어로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숨을 들이쉴 때 치아 사이로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불만 섞인 말투로 하는 방송 등, 상식 이하의 방송 진행자들이 많아졌다.

또한 남성들의 경우 목소리를 내리깔아 가성을 사용하는 이른바 왕자병이 든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고, 여성들은 콧소리를 내면서 예쁜 소리를 만들어 내려는 이른바 공주병이 든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뉴스에서의 문제가 있는 어투로는 책을 읽는 듯한 단조로운 어투,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서 어색한 톤(tone), 단조로운 곡조로 노래하는 듯한 어투, 판에 박힌 어투, 흐느끼는 식의 애조가 섞인 어투 등이 있다. 또한 텔레비전 뉴스를 라디오 뉴스처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노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음치처럼 음성연기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음치(音痴, tone-deafness)란 음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목소리의 가락이나 높낮이 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부 방송인과 학자 중에는 뉴스는 말하듯이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각종 뉴스를 진행한 경력이 있는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칼 하우스만(Carl Hausman) 등은 'Announcing'(2004, 김상준, 박경희, 유애리 역,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방송뉴스의 전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리듬의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억양과 강세, 소리의 크기와 세기, 높낮이 등 모든 것을 고려해서 총체적으로 변주하듯 방송을 하게 되면, 마치 한 곡의 음악처럼 말의 운율이 살아난다. 유능한 커뮤니케이터라면 방송용 문장에서 고유의 운율을 찾아야 한다. 또한 그 내용을 극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뉘앙스와 정서를 살려야 하고, 언어 본래의 의미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유사 언어적인 것으로 살려야 한다.”

 

유사 언어(paralanguage)는 언어 본래의 것과 구분해서 준언어로 분류한다. 유사 언어는 높낮이나 장단음, 운율이나 뉘앙스의 표현 등으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연구 분야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방송에서의 인토네이션, 혹은 어투는 노래를 배우는 것처럼 표준적인 유형을 익혀서 살려내야 한다. 특히 TV 뉴스는 라디오 스튜디오에서의 연주(recital)를 넘어서 연기(performance)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북한은 아나운서인 방송원들에게 방송은 적의 심장을 찌르듯이 쇳소리가 나게 방송하도록 교육하면서 비언어적인 면과 유사 언어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투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방송을 하더라도 매혹적인 소리로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들에게는 아름다운 여성적인 목소리에 여성다운 어조로 말하되, 날카로우면서도 매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어려운 요구이므로 자칫하면 소리만 높이거나 저조해질 수 있다고 교육하고 있다(방송원화술, 리상벽․김수희․신덕홍, 1988:297쪽).

 

흔히 아나운서는 앵무새처럼 주어진 원고나 잘 읽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거나 일부러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아나운서들에게 5분짜리 라디오 뉴스 하나도 리사이틀한다는 생각으로 방송하면서 정성과 혼을 싣는 자세로 방송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이기 이전에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