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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다듬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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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의 성공 조건은 발성과 발음, 그리고 호흡

김상준

 

언론학박사
(전) KBS아나운서실장
(전) 동아방송대 교수

앨버트 메러비언(Albert Mehrabian)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목소리(voice)는 38%,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는 55%, 말하는 내용(contents)은 겨우 7%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목소리가 좋으면 메시지 전달에 3분의 1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
발성과 발음, 거기에 하나 더해서 호흡은 아나운서의 성공조건이다.


목소리(voice)는 음질音質(quality of sound)과 음색音色(tone color)이 좋아야 하고 소리의 크기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음성 언어의 전문가들이 제시한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주파수를 보면 남자는 100∼150㎐, 여성은 200∼250㎐이다. 100㎐는 1초에 성대가 100회 진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악의 경우 성대의 진동은 남성의 베이스와 여성의 소프라노까지 1초에 64회부터 1024회까지 다양하다.

 
조선 시대에는 느리고 낮은 음으로 늘어지는 목소리를 가져야 양반다운 것으로 인식됐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맑고 시원하며 생동감 있는 소리로 전달이 잘 되는 말이 인정을 받고 있다. 너무 낮거나 높으면 신뢰감이 떨어진다. 미국인들은 약간 높은 음의 영국 악센트를 선호한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전투적인 기백이 강하고 선동적인 목소리에 쇳소리가 나도록 방송원<아나운서>들을 교육하고 있다.

 
아나운서들은 발성 기관에서 나온 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둥근 느낌이 들면서 듣기 좋은 울림을 내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라디오와 TV에서 아나운서들이 지나치게 낮은 톤으로 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소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성의가 없는 것은 물론, 시청자를 무시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뉴스에서 문제가 있는 어투는 책을 읽듯이 억양이 단조로운 어투, 어색한 톤, 노래하는 듯 흔들리는 어투, 흐느끼는 식의 애조가 섞인 말투 등이 있다.


표준 영국 영어는 BBC 아나운서와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 배우들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1999년 1월 후배 아나운서인 박현우(현 KBS한국어진흥원장)와 함께 영국 BBC와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oyal Shakespeare Company)을 방문했었다. 영국 방송의 언어 관련 산업을 조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셰익스피어 극단에서는 배우들에게 발성법을 가르치는 것을 견학했다. 당시 발음 지도 강사인 린다(Mrs. Linda) 교수로부터 품위 있는 영국영어의 실체를 확인했다. 린다 교수는 발음에서 불필요한 비음을 없애는 방법을 배우들을 모델로 시연했었다. 비음을 없애는 방법은 두 손가락으로 콧볼을 누르고 배에 힘을 주면서 콧소리가 나지 않도록 발성하는 것이다. 이때 콧소리 제거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문장은 유성음이 적은 ‘This is the house.’였다.

 
한국어로 콧소리를 없애는 훈련을 하려면 ‘이곳이 그 집이다’라는 문장을 코를 막고도 콧소리가 나지 않도록 연습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콧소리를 내는 방송인들이 많지만 린다 교수는 콧소리는 병든 소리라고 했었다.


아나운서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뉴스 방송에서는 발음과 발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호흡도 중요하다. 특히 기자들의 리포트에 비해서 낭독형 뉴스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 뉴스(straight news)는 호흡이 대단히 중요하다. 호흡呼吸(respiration)이란 날숨인 호식呼息 (expiration)과 들숨인 흡식吸息(inspiration)을 말한다. 호식과 흡식 중에서 발성은 거의 대부분 호식에 의해 이뤄진다.

 
뉴스는 1분에  350음절 내지 370음절을 표출한다. 성인들은 1분에 약 16회 숨을 쉰다. 그래서 뉴스 아나운싱에서는 1분에 17회 내지 18회 숨을 쉬면서 발화發話할 수 있어야 한다. 발화와 동시에 20음절 내지 25음절을 내보낸 뒤, 짧은 쉼休止(pause)에서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 쉼에서의 들숨을 위해서는 코와 입으로 동시에 공기를 마시면서 잡음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숨을 잘 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한국 방송에서는 라디오 정오뉴스를 대단히 중요시 한다. 그래서 각 방송사에서는 정오뉴스를 중진 아나운서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KBS 제1라디오 <정오 뉴스>를 1TV 9시 뉴스 앵커에게 배정한 일이 있었다. 당시 유명했던 기자 출신 앵커는 스트레이트 뉴스가 많은 20분 분량의 정오뉴스를 1주일 정도 한 뒤 그만두고 말았다. 숨이 가빠서 본인의 요청으로 도중하차했다는 것이다. 숨이 차는 것은 물론 많은 오독으로 뉴스의 질을 떨어뜨렸었다. 방송에서 뉴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MC나 DJ, 중계방송 등이 잘되지 않는다. 그만큼 뉴스는 모든 방송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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