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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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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 
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영국 웨일스대학 박사

100살까지 살 수 있을까?

태어나 처음으로 ‘100살까지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백 살을 산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꿈도 꾸지 않았다. ‘이제는 백세시대이다’, ‘모세 나이만큼 120살까지 산다’, ‘앞으로는 150살도 살 수 있다’ 하는 말들을 그저 남들 따라 입에 올리긴 하지만 전혀 실감도 나지 않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100살은커녕, 그 전 언젠가는 죽을 것인데 언제, 어떻게 살다가 어떤 모양으로 죽을 것인지 막연히 두렵고 염려가 될 뿐이다. 만약 내가 100세를 산다면, 분명 미디어에서 취재를 나올텐데, 적어도 김형석 선생님처럼 단정하고 꼿꼿한 모습으로 계속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아라한’(Around Hundred, 100세 전후) 작가의 한 사람인 시바타 도요 할머니처럼 백세 할머니가 쓸 수 있는 글을 써 책을 내고 있어야 당당히 할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100세까지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100세까지 살기, 블루존의 비밀’(Live to 100: Secrets of the Blue Zones)이란 프로그램을 보면서였다.

모험가이자 장수 연구가인 댄 뷰트너(Dan Buettner)가 전 세계 장수촌 마을을 방문하고 그곳을 ‘블루존’이라 이름하며 장수촌에는 무슨 무슨 비밀이 있는가를 연구한 프로그램이다. 네 개의 연속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를 방문하며 100세를 살고있는 장수자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

 
나라와 마을마다 조금씩 차이점은 있으나, 장수에 도움이 되는 공통적인 건강한 습관은 생활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올바른 인생관, 채식 위주의 식사에 와인을 곁들이고 음식은 적당하게, 가족이나 친구와 유대관계를 갖고 모이고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었다.

 
오키나와에서는 ‘하라 하치 부’ 즉, 배의 80%만 채우기와 평생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그룹활동을 실천하고 있었고, 유럽과 미국 장수촌에서도 따로 특별한 운동을 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 정원과 채소밭 가꾸기, 부엌일, 동네를 산책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나의 눈에 띄는 장면은 어디를 가나 빛나는 태양이 있고, 장수자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있었다. 미소는 주름을 가렸다. 공기는 얼마나 좋을까, 음식은 얼마나 건강할까, 모든 게 부럽기만 했다.


오래전부터 장수촌으로 알려진 곳들 외에도 최근엔 싱가포르도 블루존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도시 한가운데가 장수촌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국가의 정책 덕분이었다. 시가 나서서 장수환경을 구축했다. 단지 오래 사는 것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 주도로 웰빙 환경을 만들었다.

 
다른 장수마을의 경우, 전통적으로 그들만의 생활 방식과 자연환경, 도시 문화로부터 고립된 환경이 건강과 장수를 보장해 주었다면 싱가포르는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장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타지 말고 걷도록, 사랑하는 이들과 가까이 살도록, 소속감을 느끼도록,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엄격한 법률을 만들었다. 보행자 우선 신호체계를 만들고,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한 비용을 엄청나게 비싸게 만들어 차라리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도록 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거나 가까이 살면 보조금을 지급해 고령층 기대수명이 연장됐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도 나라가 노력했다. 정크푸드는 줄이고, 설탕과 나트륨이 적게 들어간 식품에는 라벨을 부착해 격려했다. 건강에 치명적인 담배에 높은 세금을 매겼으며 마약은 엄벌에 처해 철저하게 단속했다.


그러고 보니, 건강이나 장수가 개인이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나라가 국민의 건강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잘 세워주면 평범한 우리도 100세를 꿈꾸어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과연 내 나라의 음식 문화, 방송 문화가 과연 우리를 건강하게 이끌고 있는지 물음표가 생긴다.


‘먹방’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며 맵고, 짜고, 기름지고, 어지럽도록 단 음식이 도처에 있다. TV를 켜면 유명인들이 나와 기름지고 맵고 건강에 해가 될 만한 음식과 주류를 맛있게 광고하고 있다.

 
단 과일에 설탕물을 듬뿍 바른 음식이 어떻게 어린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도록 내버려 두며, 매워서 펄펄 뛸 만한 음식을 파는 곳이 그렇게 많아도 되는 것인지, 마약이 이렇게 창궐하도록 그동안 법은 어디에 있었단 말인지 숨이 턱턱 막힌다.


100살까지 한 번 살아볼까? 하는 기대가 허황한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얼마 안 있으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데, 젊은이들에게 짐만 되는 병 들고 쓸모없는 노인이 아니라 건강하게 이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고있는 노익장으로 생존했으면 좋겠다. 개인도 애써보겠지만, 나라가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출처<100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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