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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다듬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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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인 한강은 소설가 한승원과

성姓이 다를까?

김상준

 

언론학박사
(전) KBS아나운서실장
(전) 동아방송대 교수

“소설가 한강(1970~)이 12월 10일(현지 시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문학가 반열에 우뚝 섰다. 한강은 이날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았다.” 국내 언론을 종합한 기사이다. 한강 작가의 모국 한국에서는 계엄령 발령과 여섯 시간 후의 해제, 이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을 때, 그녀는 고국에서의 환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큰 상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국내 아나운서와 기자들의 한강에 대한 발음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강韓江(1970~)은 청주 한씨인 소설가 한승원韓勝源(1939~)과 부녀지간이다. 그러나 부친 한승원은 ‘한’을 짧게 발음하면서, 따님 한강은 ‘한강의 기적’을 말하는 강 이름처럼 [한:강]으로 길게 발음하고 있다. 방송인들이 부녀의 성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韓의 발음은 다양해서 나라를 가리키는 한국韓國, 민족을 가리키는 한민족韓民族은 길게 발음한다. 그러나 성씨인 한씨와 한산모시의 고장인 한산은 단음이다. 한씨는 한명회, 한용운, 한승원, 한덕수 등이 있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 한강 작가나 그녀의 부친 한승원도 짧은 한씨로 발음해야 한다. 한국성씨족보에는 한씨漢氏도 나와 있다. 본관이 충주 한씨로 되어있는 이 한씨는 100여명의 인구이지만 인물정보는 없다. 이 성씨는 중국 성씨인데 중국의 한漢나라처럼 장음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성씨와 함께 대학의 이름을 줄이는 경우에도 장음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고려대학교의 고高는 짧은데, 고대高大를 길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국曺國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삼국지의 영웅이며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曹操와 같은 한자의 성씨여서 짧게 해야 하는데, 장음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장음인 조씨趙氏는 조자룡, 조광조 등이 있다.
 

다음은 계엄령과 관련된 발음에 대해서 알아본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국회는 12월 4일 새벽 1시쯤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결의안을 가결시켰고, 이에 대통령은 12월 4일 오전 4시 30분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면서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후 각 방송에서 계엄령에 대한 보도가 연달아 나오면서 계엄령이라는 말의  발음을 유심히 들었다. 경우에 따라 계엄의 ‘계’를 이중모음 그대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령’의 발음도 ‘녕’으로 내야 하는데, 원음 ‘령’을 그대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계엄령의 ‘계’는 복수발음이지만 단모음 ‘게’가 편하고, ‘령’은 ‘ㄴ’음을 첨가하면서 ‘녕’으로 하는 것이 편하다. 계엄령의 발음은 [게:엄녕]이 편하다. ‘계’를 ‘게’로 발음하는 규정은 표준발음법 제5항 ‘다만 2’에서 규정하고 있다. 표준발음법 제5항은 다음과 같다.

제5항 ‘ㅑ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는 이중모음으로 발음한다. 
다만1. 용언의 활용형에 나타나는‘져, 쪄, 쳐’는 [저, 쩌, 처]로 발음한다.
가지어→가져[가저] 찌어→쪄[쩌] 다치어→다쳐[다처]
다만2. ‘예, 례’ 이외의 ‘ㅖ’는 [ㅔ]로도 발음한다.
계집[계ː집/게ː집] 계시다[계ː시다/게ː시다] 시계[시계/시게](時計) 연계[연계/연게](連繫) 몌별[몌별/메별](袂別) 개폐[개폐/개페](開閉) 혜택[혜ː택/헤ː택](惠澤) 지혜[지혜/지헤](知慧)
다만3.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ㅣ]로 발음한다. 
늴리리 닁큼 무늬 띄어쓰기 씌어 틔어 희어 희떱다 희망 유희
다만4. 단어의 첫음절 이외의‘의’는 [ㅣ]로, 조사 ‘의’는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다.
주의[주의/주이] 협의[혀븨/혀비] 우리의[우리의/우리에] 강의의[강ː의의/ 강ː이에]

위 제5항의 규정은 어문규범에서 획기적인 규정이다. 그러나 ‘제 5항 다만 2’는 문제가 있다. ‘다만 2’는 ‘예, 례’ 이외의 ‘ㅖ’는 [ㅔ]로도 발음한다고 했다. 이 규정에서는 이중모음인 ‘계, 몌, 폐, 혜’를 단모음 ‘게, 메, 페, 헤’로 한다고만 했는데, 여기에 ‘ㄹ’의 발음 ‘례’를 더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발음에서 ‘ㄹ’음‘도 발음의 어려움으로 문제가 많은데 특히 ‘례’는 더 어렵다. ‘례’는 둘째 음절에서 ‘가례, 사례, 의례, 차례’와 같은 말이 있는데, ‘례’를 단모음 [레]가 아닌 이중모음 그대로 발음하는 것은 ‘계, 몌, 폐, 혜’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다만 2’에 더해 다음 수정안처럼 ‘다만 3’을 추가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3. 모음 아래의‘례’는 [레]로도 발음한다. 
가례[가례/가레](家禮) 사례[사ː례/사ː레](事例) 의례[의ː례/의ː레](儀禮) 차례[차례/차레](茶禮)

위에서 의례는 일반사전에는 단음으로 처리돼 있으나 지구문화사의 한국어발음사전(이규항, 이주행, 김상준 편저)에서는 의회, 의사 등과 함께 장음으로 처리했다.


우리말에서 ‘ㄹ’은 여러 가지 소리로 난다. 
첫째, 첫음절에서의 ‘ㄹ’은 단모음에서는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아 ‘ㄴ’으로 변하고, 이중모음이거나 중성모음이면 모음만 남는다. 
  예) 라주-나주, 로동-노동, 루각-누각, 름:름하다-늠:름하다, 량심-양심, 력사-역사, 료리-요리, 리:성-이:성, 리:치-이:치

 

둘째, ‘나라, 사:람, 가례, 의:례, 사:례, 차례’와 같은 말에서는 ‘ㄹ’이 탄설음彈舌音 ‘ㄹ[ɾ]’로 발음된다. 탄설음은 목청을 울리면서 혀끝으로 윗잇몸을 한번 두들기고 내는 소리이다.
 

셋째, ‘난:로, 신라’ 등은 ‘날:로, 실라’처럼 설측음舌側音 ‘ㄹ[l]’로 발음된다.
 

넷째, 설:날, 칼날, 한:글날 등은 뒷말의 ‘ㄴ’을 ‘ㄹ’로 바꾼다.
  예) 설:랄, 칼랄, 한:글랄

 
다섯째, ‘달력, 실력’ 등의 말은 구개음口蓋音 ‘ㄹ’[ʎ]로 발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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