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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Ilya Pavl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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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 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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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수

 

TBC 동양방송 부산, KBS 부산, KBS 청주에서 근무.
서울 사람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 청주에서 
청주 댁으로 조용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

"노인들의 배낭여행"

시간에 얽매여 시간에 쫓기며 살 때는 퇴직하면 책을 많이 읽어야지…. 여행을 실컷 해야지…. 하는 작은 소망이 있었으나 막상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아졌을 때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하면서 미루고 미루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생겨 버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 어느 순간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평생학습관으로 복지관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매여 나를 가두어 두고는 시간이 없다 없다 하면서 늘 허둥대며 살다 보니 어느새 70대 중반~ 남편과 함께 9년 전 뉴욕 한 달 여행 후 해외여행을 같이 가보지 않았는데 항공사로부터 마일리지가 소멸된다는 문자를 받고, 지난주에 갑자기 20여 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가 봤던 오사카를 다녀오게 되었다.
 

다행히 좌석은 비즈니스석을 구할 수 있었고 작은 배낭을 각자 메고 갔으니 배낭여행이라 할 수 있겠지. 서울을 떠난 지 오래된 촌사람이 어쩌다 서울 가면 지하철 타기도 헷갈리는데 일본의 복잡한 지하철을 어떻게 탈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할배 할매가 자유여행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용감하다면서도 은근히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런대로 지하철 갈아타고, 버스 타고, 택시 타면서 오사카성으로 교토로 잘 다녀왔다. 숙소는 그날의 피로는 그날 풀자고 도톤보리에 온천욕장이 있는 곳으로 정하고, 첫날은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로 가득 찬 ‘도톤보리’ 글리코 전광판 아래에서 글리코를 흉내 내며 두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뒤로 들고 사진도 찍고, 리버 크루즈를 타고 도톤보리 야경을 감상.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들이 즐비한 것이 눈이 부셔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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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전철과 로드 트레인으로 오사카성. 아름다운 겉모습 뒤에 임진왜란의 주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생각나게 해서 왠지 씁쓸한 느낌.

작은 배 고자부네로 해자를 돌며 오사카성을 보고 천수각. 그리고 물의 도시라는 오사카의 수상 버스 아쿠아라이너를 타고 40여 분간 관광 후 전철로 동쪽 우메다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우메다 스카이라인~ 아찔한 공중정원에서 오사카를 한눈에~ 저녁에는 혼마치에서 해산물 샤브샤브 요리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루미네이션 거리를 잠시 걸어보았다. 그리고 셋째 날 교토 일일 관광으로 금각사 청수사. 후시미나리. 여우신사 ...

교토의 단풍은 12월 초가 절정이라고 한다. 그래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붐벼서 긴 줄을 선 식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은 지하철을 타고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의 1912년 설치 후 개 • 보수를 해서 지금의 모습이라는 通天閣(츠텐카쿠)을 찾아갔다. 오사카의 전통과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츠텐카쿠는 오사카의 상징물로 매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전망대에는 특히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는 비리겐 동상이 있는데, 이 동상의 발바닥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 때문에 각층의 상가 곳곳에도 이 동상을 두고 있다. 오사카 주유패스는 교통비와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블로그와 유튜브로 얻은 정보를 참고로 우리 체력에 맞게 다녔는데도 하루에 만 8천보에서 2만 보 정도를 걸었다.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했으나, 음식 값은 한국의 두 배는 되는 듯.


여행은 새로운 발견이자
새로운 도전이며, 즐거움이며, 추억이다
마지막 날, 남편은 다리 아프다 허리 아프다 하더니
공항 도착하자마자 하는 말,
다음엔 우리 어디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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